영화 드라마 그리고 주역(周易)

일본 영화 주역(周易)을 이야기하다 '드라이브 마이카'

석과 불식 2022. 3. 7. 23:47
반응형

주역(周易)으로 일본 영화 보기

드라이브 마이카   

일본 영화 추천 드라이브 마이카
적벽돌 색 사브의 단아한 멋이 느껴지는 포스터이다.

 

영화의 내용과 감독?

우선 이 영화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한 명으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중  동명 단편 소설 한편을 영화 한 것이다. 이전에 이분의 다른 작품 '노르웨이의 숲'이 영화화 된적이 있었는데, 표현력이 남다르기에 영상으로 도저히 소설의 느낌을 찾을 수 없었던 것 때문인지 소설은 세계적 베스트 셀러였지만, 영화는 망작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는 아주 느낌이 좋다. 물론 소설을 100% 다 표현한 것은 아니고 중간에 다른 이야기가 섞인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원작의 흐름, 느낌 전부 간직한 영화이다. 참고로 원서로 본 몇권 안되는 일본 책중에 하나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영화 만큼은 소설 못지 않게 좋아 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영화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에게도 다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나  영화  감독에 관한 사항은 다른 분들이 많이 리뷰를 적고 있을 테니 이곳에서는 생략하고 나는 주역(周易)으로 이 영화의 내용이나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주역(周易)으로 본 영화

이 영화의 내용은 어떻습니까?
중서법을 이용하였다. 

 

득괘는 

택천쾌 (澤天夬) 구오(九五)  상육(上六)  지괘 화천대유(火天大有)

드라이브마이카 득괘 택천쾌지 화천대유
본괘 택천쾌 지괘 화천대유

우선 택천쾌의 구오 효사부터 살펴보자.
현륙쾌쾌 중행 무구 莧陸夬夬 中行无咎

기가 막히다. 여러분들도 직접 점을 쳐 보시고 주역의 신비로움을 여러분들도 느끼시길 바라는 부분이다. 이 효사는 주로 무슨 일이든 빨리 처리하거나 과감하게 결단할 때 나오기도 하지만,  <<실증 주역>>에서 서점 예로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주로 나온 효사라고 적고 있다. 이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운전에 관련된 내용이 주 되게 그려진다. 또한 주인공인 '가 후쿠'가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미사키'에 대한 평가가 이 효사와 아주 잘 맞는다고 할 것이다. "가속도 감속도 아주 부드러워 중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운전하는 차를 탔지만, 이렇게 편한 건 처음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증 주역>>에서  이야기하는 현륙 쾌쾌(莧陸夬夬)의 의미와 중행 (中行)의 중요성과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공 연극배우 가후쿠는 유명 드라마 작가인 부인 오토와의 사이에서 딸아이를 병으로 읽게 되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해 나가며 전과 다름없는 애정 넘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연히 출장 비행기의 취소로 인하여  부인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그는 애써 그 장면을 무시한 채 태연히 생활을 이어가나, 어쩐지 석연 챦게  부인이 갑자기 퇴근 후에 같이 이야기 좀 하자고 청한다. 무엇인가 위화감을 느낀 가후쿠는 일부러 집을 늦게 들어가게 되고, 하필 그날 '지주막하 출혈'로 인하여 부인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갑자기 부인마저 잃게  된 가후쿠 2년 뒤 우연히  자신이 주연을 맡던 연극의  연출 자격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 그는 그곳에서 똑같이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를 갑자기 떠나보내게 된 운전수 '미사키'를 조우하게 된다. 그 둘의 아픔의 무게 그리고 그 둘만의 아픔의 해결 방식이 운전이다. 한 명은 운전을 하면서 부인이 녹음해 둔 연극 대본을 듣고 같이 대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한 명은 어머니를 잃고 미친 듯이 차를 달려 나왔던 기억 속에서 계속 운전을 통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 이쯤 되면 택천쾌의 현륙쾌쾌의 효사가 왜 이렇게 정확한가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딸의 장례식
딸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 이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딸의 영정
아픔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슬프지만 역시 딸아이의 죽음은 두사람의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하지만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며 평온한 중년 부부의 삶을 살고 있는 두사람.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우연히 마주하게된 부인의 불륜 행각 하지만 이것역시 바로 마주 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는 주인공 가후쿠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불륜도 모자라서 가슴에 못을 박고 그대로 떠나버린 부인 '오토'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가후쿠와 미사키
아내의 죽음뒤 연극무대를 떠나 연출을 맡게된 히로시마에서 마주한 운전수 미사키 그녀의 나이는 죽은 딸과 동갑인 23이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의 배우 선발 작업
아내의 불륜상대남이 자신이 연출을 맡은 연극에 지원하게 된 심각하게 우울한 상황. 하지만 가후쿠는 무덤덤하게 모든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히로시마의 절경
히로시마의 아름다운 해변도로 역시 한국과 일본은 많이 비슷한 것 같다.

 

다음 효사를 살펴 보자.

무호 종유흉 无號 終有凶

-신실한 붕우를 소집하지 않으니 끝내 흉액이 되살아 나리라<<실증 주역>>

 

이 효사(爻辭)의 해석에서는  마지막 남은 음효가 상징하는 악(惡)이 나온다. 마지막 남은 악을 단호하게 처단하지 않으면 그 악이 다시 소생하여 무리를 어지럽힌다. 그래서 군자는 단호하게 악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효사이다. 이 영화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들이 가진 슬픔이나 아픔을 악(惡)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애써 못 본 척하면서  끊어 내지 못하였다.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역을 다시 하지 않고 연출을 하는 가후쿠, 고향집을 방문하지 못하고 타향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미사키. 둘 다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 둘은 급박한 상황 전개, '주연을 맡겼던 아내의 불륜남 배우의 폭행 치사 사건'으로 대신 주연을 연기해야만 하는  가후쿠가 운전수 미사키에게 그녀의 고향집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의 아픔을 마주하고 그녀를 달래주면서 반대로 자신의 아픔마저 끊어내게 된다. 그는 그렇게 새롭게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고, 마지막 장면의 연극 엔딩 속에서 아주 진지한 연기로, 미사키는  유창한 한국어와 함께 새로운 한국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계속 살아가게 된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저녁모임
미사키의 운전실력을 칭찬하는 가후쿠의 대사 '중력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까지 이야기 하는 표현은 역시 하루키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맞담배신
아버지와 딸뻘인 두사람이 서로에게 아픔을 털어 놓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맞 담배질 까지 하게되는 장면. 둘이 동시에 차 밖으로 담배를 꺼내놓는 이 장면은 멋있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집을 찾은 미사키
가후쿠의 부탁으로 드디어 고향집을 찾게 된 미사키.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그녀의 슬픔.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처음엔 미사키를 위로해주려 하였으나 이내 자신의 슬픔을 마주하지 못한 잘못을 털어 놓으면 흐느끼게 된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두사람은 서로 슬픔을 마주 하지 못하고 악(惡)인 아픔을 끊어내지 못했던 과거를 털어내고 이제 당당히 살아 갈것을 이야기 한다.

 

이 영화는 거의 택천쾌 상효를 이해하라고 나온 영화 같다.

'악(惡)을 끊어 내지 않으면 계속 악행이 반복된다'. 그들이 과거의 아픔을 마주하지 않고 끊어내지 못했을 때, 그들의 삶은 계속 아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평생 직업과도 같은 주연을 포기한 체 연출로 생활을 해 나가는  카후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운전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운전을 생계 수단으로 삼은 미사키. 그 둘의 삶은 그저 그렇고 계속 아프다. 언제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이란 넘은 계속 되살아나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군자의 결단으로 과거의 아픔(악)을 끊어 낼 때였다. 드디어 그것(악)을 마주한 그들은 이제 다시 연극 무대로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효사 그대로 묘사된 것이고, 이것이 또  바로 지괴가 화천대유인 이유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 하늘 위로 높고 밝게 해가 떠오른 상황을 상징하는 이 괘(卦)는 역시 삶의 아름다움, 그리고 온화하고 평화로운 시절을 암시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해가 다시 떠오른 상황 즉 무대에 다시 서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 새로운 곳(한국)에 정착한 미사키의 인생이 편안하고 풍요롭게 보인다. 물론 이 화천 대유(火天大有)라는 괘는 이미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장동 투기 기업의 이름이기에, 이미 많은 분들이 이것이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괘라고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니 이것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연극씬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가후쿠 뒤에 보이는 것이 한국인 여배우 박유림양이다 앞으로 많은 활약 기대해본다.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뜬금없지만 한국 마트의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미사키의 모습이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역시 우리나라 한적한 지방 도로의 모습을 아름답게 잡고 있다.

마무리 하며

 

여기서 마지막으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우리 한국을 새로운 희망의 목적지로 삼은 점에 깊은 감사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 미사키의 쇼핑 신을 대만이나 동남아로 했다면 이 영화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 ^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한국어도 이상하지 않아서 좋았고, 특히 소설 이야기 속  주인공 그 자체인 듯한 느낌의 주연 배우(니시지마 히데토시,키리시마 레이카,오카다 마사키)들과 존재감 있는 조연들(박유림, 소냐 위엔,진대연), 거기에 적절한 영상미까지. 아마 일본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3시간의 러닝 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강하게 한번 추천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