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그리고 주역(周易)

주역으로 보는 영화 'HER'

석과 불식 2022. 3. 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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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의 미래(?) 영화

영화HER
HER를 대표하는 포스터

이 영화는 전부터 보고 싶긴 했으나 미루어 오다, 근간 읽게 된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책에서 흥미롭게 기재가 되어 있어서 부랴부랴 보게 된 영화이다. 아내와의 이혼으로 인하여 실의에 빠지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지내게 되는 대필 편지 업체 직원‘테오도르’가 우연히 운영체제라고 표현하는 인공지능'사만다'와의 교류를 통하여  새로운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야기. 먼 미래가 아닌 2013년에 그린 2025년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지금 이야기되는 메타버스의 다양한 형태 중 라이프 로 김(life loggin)과 인공지능 그리고 가상현실이 조금 복합적으로 이 영화에서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메타 버스적 요소들이 얼마나 한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나의 완벽한 이상형은 인공지능?

인공지능 여자친구HER
인공지능 여자친구를 잘 표현한 포스터&nbsp;

영화의 주된 내용은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완벽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고민해 보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보는 내내 '이제 곧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모든 이메일과 접속 기록, 도서 대출 기록 등과 함께  주로 먹는 음식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들을 분석한 인공지능 은 순식간에 그에게 모든 필요한 사항들을 체크해 줌과 동시에 그가 그동안 꿈꾸어 왔던 이상형의 여인으로 그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HER'
'사만다'가 부린 마법으로 '테오도르'는 자신의 대필 편지 사연을 모은 책을 출판하게 된다.&nbsp;
영화 HER 그녀와의 행복한 시간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는 테오도르는 그녀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대필했던 편지를 한 권의 책으로 출판하게 하는  ‘테오도르’의 오랜 숙원을 풀어 주기도 하고, 그가 좋아하는 류의 유머를 제공하면서 그의 완벽한 파트너가 된다. 여기서 인공지능이 그의 마음을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었나, 고민해 보자. 단순히 그의 취향을 분석해서 제공해 준 것일까? 아닐 것이다.  단순한 그의 취향 분석보다는 더 나아가 그 자신조차 무기력하게 보아온 그의 삶에 대한 인정이다. 대필 편지라는 단순한 업무가 가져다주는 무기력한 일상이었던 그의 인생. 하지만  섬세한 편지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하나의 책으로 출판하면서 그의 삶은 다른 이들의 삶에 행복한 영향을 미치는 유의미한 삶으로 인정받게 된다.  거기다  항상 그의 곁에서 그의 일상생활 모든 것을 존중하는 듯한 '사만다'의 목소리. 더욱이 그것이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라면 7080세대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은 그녀(인공지능)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다.  

영화HER
'사만다'의 압박으로 새로운 여성과의 만남 까지 하게 되는 '테오도르'

하지만 완벽한 '그녀'에게는 인간의 육체가 없다. 그래서 '사만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던 한 여성에게 그와의 육체적 관계를 제안하고 그것이 도를 넘은 제안이었던 것이었는지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둘의 관계는 이내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사만다(인공지능)'가 떠나게 되는 것으로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여기서 또 살펴볼 것이 사랑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관점. 물론 그것은 작가의 관점이겠지만, '사랑은 나누게 되면 줄어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더욱 커지는 것'이라는 그녀의 주장 속에 그는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되고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를 찾아가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우리의 진정한 이상형은 도대체 어떤 인격일까? 그런 이상형을 만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변화의 이야기라고 하는 주역이 이야기하는 이 영화 HER를 한번 살펴보자.

친구 커플과 4인 데이트도 진행한다.
영화HER
'사만다'가 자신의 육체를 대신할 여성을 불러 서로 사랑을 하게 주선하는 상황 하지만 이사건으로 둘의 관계는 급격히 흔들리게 된다.
영화HER
인공지능 여자 친구는 한두명을 만나는게 아니라 동시에 8316명을 상대한다. 쉬지않고 상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만의 관계 만들기.

 

영화 HER
8316명을 만나는중 사랑을 느끼는 상대가 641명이라고 하는 인공 지능 이제 둘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nbsp;
"I am yours and I'm not yours"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nbsp; 남성과 여성의 문제 관계에 대한 사만다의 대답이다.&nbsp; 이것으로 이제 두 사람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되고 곧 사만다의 떠남으로...&nbsp;
영화 her
사만다가 떠난 후 사만다에게 보내는 것인지 전부인에게 보내는 것인지 모를 편지를 쓴 테오도르는 여사친 에이미와 함께 사만다가 떠난 허탈함을 달랜다.&nbsp;

 

중서법(中筮法)으로 물었습니다. 영화 'HER'의 내용은 어떻습니까?

득괘는 건위천(乾爲天) 지 천뢰무망(天雷无妄)

영화 her의 득괘 건위천 구이 구삼.
본괘 건위천 지괘 천뢰무망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효사와 괘상이다.

건위천(乾爲天) 은 주역(周易)에서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괘로 흔히 원 형 리 정 4글자로 표현되는 우주의 근본이다. 이것이 변해 천뢰무망(天雷无妄)이 되는 것은 그녀의 사라짐. 즉 다시 한번 겪게 되는 그의 이별의 아픔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서 인터넷과 컴퓨터 인공지능은 우리를 덮고 있는 하늘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주된 내용인 이 영화 HER를 표현하는 괘로 건위천이 나온 것은 정말 주역이 우리에게 주는 신비함의 극치이다.

 

효사(爻辭)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첫 번째 변호인 구이의 효사는 현룡재전 이견대인(現龍在田 利見大人)이다. 밭(일상생활터전)에 용이 나타났다. 대인(大人)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 이 영화 내용 그대로 생활터전에 나타난 용(사만다), 그녀인 인공지능이고, 그의 신비한 재주는 그에게 많은 행복한 것들을 만들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용과 대인의 만남을 암시하는 이 효사는 그대로 인공지능과 그의 만남을 의미하고, 이 구이의 효사와 의미에서 많은 길(吉) 한 것들이 나오게 된다.

 

구삼의 효사는 군자 종일 건건 석 척 약 려 무구(君子 終日乾乾 夕惕若 厲 无咎). 많은 위인들이 자신들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이 효사는 종일 피곤하게 일하고 저녁에 하루를 반성하는 고단한 삶을 의미한다. 군자는 그런 삶을 살아야 허물이 없음을 암시하는 교훈적 효사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삶. 즉 매일 반복되는 다소 지루하고 피곤한 삶이지만 그런 삶을 마치고 다시 집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그의 모습을 표현한듯하다.

 

하지만 역시 지괘(之卦) 천뢰 무명(天雷无妄)의 비극적 괘상과 우울함은 이 영화의 결말이 해피 엔딩이 아님을 암시했다. 무망(无妄)은 재해 또는 천명이 행함을 돕지 않는 그야말로 무망한 괘이기에 그녀'사만다'의 떠남을 직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으니 이번 점도 역시 이 영화를 제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또한 기계로서의 인공지능이 인간이 느끼는 공허함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비극적 암시 또한 제공하는 것이다.

 

정리의 글

최근에 가장 핫한 단어 중 하나인 '메타버스' . 그 메타버스를 설명하면서 거론되는 이 영화는 현대 사회의 인간이 느끼는 단절과 고독을 인공지능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이제 곧 실현될 것이라는 것도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주역 천뢰무망의 괘로 움직임처럼 이러한 모든 것들이 공허하게 끝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즉 인간의 아픔은 인간을 통해 치유받아야 함을. 지속적으로 한 인간을 바라볼 수 없는 기계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랑을 인정하는  인공지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마지막에 그의 여사친 '에이미'와 함께 담담히 그녀의 빈자리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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