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닫는 바가 있는 듯하다가도 도리어 황홀하기도 하고 아득하여 도저히 그 통로를 찾을 수 없었소, 의심과 분한 마음이 교차하여 먹는 것을 그만두기까지 했소. 그래서 보던 <<예서(隸書)>>를 다 거두고 오로지 <<주역>>만 책상 위에 놓고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밤낮으로 깊이 탐색하였소. 계해년(癸亥年) 늦은 봄쯤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만지는 것, 입으로 읊는 것,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 붓으로 쓰는 것 에서부터 밥상을 대하고 화장실을 가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배를 문지르는 것까지 <<주역>>이 아닌 것이 없었소."
출처 : 오십의 주역 공부
다산께서 유배지에서 주역(周易) 공부를 하시면서 편지에 적으신 글이라고 한다. 당대 주역(周易)에 관한 최고 수준을 자랑하신 분의 글이라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라 해서 이 책과 저자 김동연 선생이 궁금했다. 이 책은 주역(周易)을 탐독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뿐 아니라 여러 사주 명리를 공부하셨다는 김동완 선생이 이야기하는 주역(周易)과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이다.
먼저 이 책은 다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료를 찾아서 다루고 있다. 그가 어떻게 해서 주역(周易)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아니 그 이전에 과거시험 성적에서부터 정조와의 만남 그리고 유배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정약용 선생의 일생과 함께 그의 저서 및 편지 등에 나오는 주역 (周易) 공부에 관한 여러 사항을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 자신의 역학 인생과 또 나름 역학을 업으로 삼게 됨으로써 겪어온 재미난 이야기도 아주 솔직하게 적고 있어서 그 속에서도 우리가 인생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고민이나 선택의 순간 참고할 만한 사항도 나름 재미있다.
인상 깊은 이야기는 다산이 <<주역>>을 주석한 이유이다.
다산은 <<주역>>이 천명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보았고 바르지 않은 일로 천명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직 의리에 맞아야 하고 성공, 실패,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만 천명을 물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것을 품명(명령을 따르는 일)이라고 명명했다.
출처 :오십의 주역 공부
이와 같이 저자는 우리가 다산에게서 단순히 주역 해석을 위한 공부뿐 아니라 주역 공부에 관한 어떠한 근본 목표마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 나름대로의 주역 공부 상에서의 에피소드도 역시 재미있는데, 주역 공부를 하러 온 회계사 제자가 주역을 공부하고 나서야 우리 동양에서는 왜 서양처럼 익손 계산서(Profit and Loss Stasement)라고 하지 않고 손익(損益) 계산서라고 하는 이유를 깨닫는 이야기라던가 제자들과 함께 2002 월드컵 미국과의 대결에서의 서점례 등은 주역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주역에 관하여 괘를 해석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적는다든지 하나하나 괘 순서 별로 설명하는 그런 책은 아니고 역술가 본인의 인생에서 깨달은 바와 다산에 관한 공부 그리고 그것을 주역과 함께 역은 책이라 주역에 관한 기본 공부 없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주역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고 다산 정약용 선생을 흠모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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