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그리고 주역(周易)

주역으로 보는 영화 취화선

석과 불식 2022. 12. 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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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 포스터 출처 네이버
취화선 포스터 출처 네이버

조선 말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위대한 예술가 장승업 선생의 일대기를 임권택 감독이 최민식 배우님과 함께 그렸다. 대사 하나하나 좀 올드하지만 명대사가 가득하다.

"푸른빛은 쪽물에서 나오지만 푸른빛 보다 아름답다. 하지만 푸른빛은 쪽물이 없으면 나올 수가 없다."

출처 입력

취화선
혜산 유숙의 가슴 시린 대사

 

참 가슴 시린 대사였다. 그의 스승 혜산 유숙(柳淑)이 사또의 청에 의해 붓을 장승업 다음으로 잡은 사건 이후 칩거에 들어가면서 승업에게 한 대사이다.

취화선
유화정씨가 분한 매향 그시절 참 곱던 분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매화 일생 불매 향 梅花一生不賣香 : 매화는 일생동안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기생 매향이 정을 나눈 상업의 그림에 적어 놓은 시구도 예사롭지 않다. 

좋은 영화를 그저 구닥다리 취급하다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다 이제 서야 보게 되었다. 처음 시작 부분이 조금 지루해서 일까 왜 이제야 전부를 보게 되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중간중간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명대사들이 많은데, 어지러웠던 구한말의 위대한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곳곳에서 가슴에 남을 만한 명대사들을 보여 주고 있다. 

실력을 쌓지 못한 동학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김병문'의 대사 그리고 마지막 가마터의 도공의 대사도 하나의 시다.

동학운동의 실패에 대한 자조적인 대사도 기억에 오래 남을듯 하다.

  선생님 같은 화공들은 철사가 안 녹아 그림이 온전히 살아나오길 기다릴 것이고 유약 바른 사람들은 유약이 잘 녹 아흘리 기를 기다릴 것이고 가마 주인은 한두 점 명품이 나오길 소망하겠지만 그게 어디 도공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불이 말하겠지요...

장승업과의 마지막 대사가 될 도공과의 대화

마치 선문답을 연상시키는 다소 올드 한 대사 하나하나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 영화 나름 참 재미있다.

후반부의  지방 기생과의 마지막 정사신은 임권택 감독의 천재성인가 떠도는 이야기를 주워 담은 것인가... 기생의 담대함도 기억에 남을 듯하다. 

"고부 군수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장승업에게  "왕실과 하늘을 찌르는 일문의 배경을 업고 못하는 것이 없는 악명 높은 탐관이지요"라고 말하는 대담한 기생 그런 그를 욕하는 장승업에게 다시 그는 "그림 그리라는 어명을 떨치고 궁궐을 뛰쳐나오신 천하의 대장부를 모시니 소첩의 간이 커진 모양입니다." 기생으로서는 아주 대담한 대사가 아닐 수 없다.

자 이제 이 영화의 주역점을 한번 알아보았다.

영화 '취화선'의 내용은 어떻습니까?

풍천 소축 구삼(風天小畜) 九三
풍천 소축 구삼(風天小畜) 九三

풍천 소축 구삼(風天小畜) 九三

여탈복 부처 반목 (輿脫輻  夫妻反目)

-수레의 바퀴살을 벗기다. 부부가 서로 반목함이로다.

 

다소 의아한 주역점이 나왔다. 그의 예술에 대한 갈망이나 완성된 그의 작품 등에 대한 효사를 내심 기대했건만. 내 안에 또 다른 나인 '나의 무의식'은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예술가의 예술 혼의 완성이 아닌 '그가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본 듯한 효사(爻辭)이다.

취화선
장승업과 3명의 여인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기생도 포함시켰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중요한것은 이 3명이 중심이긴하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진향'과의 원만치 않았던 동거생활 - 출처 : 네이버 영화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잘못된 인연으로 서로 상처만 주고 헤어진 기생 '진향'. 그리고 사모하였으나 마음을 전달해 보지 못했던 '소운' 아씨. 서로 아끼는 마음이 깊었던 '매향'은 천주교 인으로 쫓겨 다니는 인생이라 서로 세 번의 만남을 갖는 것으로 끝났고. 어찌 되었건 가정을 이루었던 기생 '진향'은 서로 간의 욕설과 불륜 등의 막장 이야기를 끝으로 헤어지게 되었고, 마지막 부분의 대담한 젊은 기생마저 후손을 남기려는 시도를 하던 중 동학 혁명군들에 의해 실패하게 됨으로써 그의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나 가정, 가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장승업 선생의 인생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부가 서로 반목 하여 夫妻反目 완성된 가정을 꾸미지  못한 모습으로 다가온 것을 하나의 중심 이야기로 본 듯하다. 주역점은 구한말의 한 예술가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그의 예술혼과 예술가 정신을 이 영화의 주된 테마로 보지 않고 그런 예술가가 한평생 간직했을 첫사랑 '소운' 아씨.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서로 완성시키지 못한 '매향'과의 사랑. 자신의 비뚤어진 가족관에 의해서 서로 상처만 남긴 기생'진향' 과의 동거 그리고 마지막 자신의 대담함을 인정해 주고 존경하던 그 젊은 기생과의 관계마저 망가진 한 예술가의 완성하지 못한 사랑 이야기로 본것이다.

그의 삶 속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김병문' 대감과의 인연 그리고 첫 스승이셨던 혜산 유숙(柳淑) 과의 대화나 관계를 조금 중요하게 봐야 하지 않았나 하는 일반적 이성이 지배하는 나의 견해와는 사뭇 다르게 주역 점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의 가족이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그의 삶의 문제점을 중요하게 본 것 같다.

어찌 되었건 고전 사극과 역사 물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최민식 배우님과 임권택 감독이 만들어낸 대작임에는 틀림없는 작품이다.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우러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많이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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