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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병아리라고 할 수 있는 4주-5주령 병아리 10마리를 분양 받아 왔는데, 와서 보니 그중 한 마리가 병에 걸린듯한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처진 날개와 올라간 어깨. 아차 하긴 했지만 사료도 제법 잘 먹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 방심하고 있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날 아침에 보니 급격히 움직임이 둔해지고 겉모습이 더욱 이상하게 변했다. 날씨가 추워진 탓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은 사료를 먹고 있어서 제발 버텨 주길 바라면서 점을 한번 쳐 보았다.
지금 움직임이 둔한 병아리는 어찌 되겠습니까?
득괘 중산간 (重山艮)구삼(九三)
九三 艮其限 列其夤 厲薰心
제 허리에서 그쳐 등뼈 살을 가르도다 위태롭게 마음을 태우리라.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효사 그대로 보아도 흉하기 그지 없는 해석이지만, 서점례를 살펴 보면 더욱 흉한 효사 이기 때문이다. 바로 주역을 공부하는 자들 사이의 아마 가장 유명한 점례가 아닌가 싶다. 중산간 구삼은 일본의 역성이라고 불리운 고도 탄상(高島呑象)이 이토 히로 부미(伊藤博文)의 만주 시찰을 앞두고 뽑은 효로 이 효를 뽑은 고도 탄상(高島呑象)이 상서롭지 않은 서점이니 이번 출장을 취소하라고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적 업무를 취소 할 수 없다 하며 각별히 조심하겠다고 한 이토 히로부미는 이 효사 처럼 가슴에 총탄을 맞고 등이 갈라지는 고통 속에 죽어갔다. 바로 안 중근 의사의 거사(擧事)와 관련된 서점(筮占)이다. 불안 하긴 하였지만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던 나는 그저 최대한 병아리가 편안할 수 있도록 온도를 맞춰주고 먹이에도 다소 신경을 써주었다. 하여 그다음 날은 먹이를 먹는 모습도 나아지고 해서 조금 안심하였으나, 3일을 못 넘기고 그만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이 효사爻辭를 토대로 살펴보면 사경(斜頸)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바로 척수염이 의심되는 바이다. 아쉽게 한 마리를 먼저 보내긴 했지만 나머지 9마리는 그대로 건강한 모습을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한 마리를 개울 옆에 묻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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